기도는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들 중의 하나이다. 하나님의 도우심이 아니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절박함이 나로 하여금 기도하게 했다. 중고등학교 때 안양 갈멜산 뒤의 산에 올라가 기도하곤 했으며, 대학생 때는 매주 삼각산에 올라가 밤을 새며 기도하곤 했었다. 갓 전도사가 되었을 때는 집에 가지 않고 5년간 교회에서 자면서 기도생활을 했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내가 기도하는 패턴이 상당 부분 변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을 5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첫 번째 바뀐 부분은 통성기도보다 묵상기도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중고등학생 때나 청년 때는 부르짖는 기도를 많이 했다. 온 힘을 다해 소리 내어 기도한 것이다. 물론 지금도 통성기도를 싫어하지 않으며 많은 부분에서 통성기도를 한다. 그러나 전체 분량으로 따져볼 때 묵상으로 드리는 기도의 시간도 통성 기도를 하는 시간보다 훨씬 많다.
두 번째 바뀐 부분은 개인적인 것을 구하는 기도보다 한국 교회와 나라를 위한 기도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내 기도의 내용이 대부분 나 자신과 관련된 것들 위주였다. 아버지를 변화시켜달라는 기도, 지혜를 달라는 기도, 설교 할 때 능력 있게 해달라는 기도 등. 그런데 지금은 이 나라를 붙들어달라는 기도, 한국 교회를 깨워달라는 기도가 많다. 뇌종양 수술을 앞두고도 고쳐달라는 기도를 하지 않고 한국 교회를 살려달라는 기도만 했었다.
세 번째 바뀐 부분은 무언가를 구하는 것보다 하나님을 구하는 기도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특정한 것을 구하는 것이 부질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구체적으로 하나님께 무언가를 구하고 있다. 그런데 갈수록 하나님이 주시는 어떤 것보다 하나님이 더 소중하다는 의식이 커져가고 있다. 그 어떤 것이 아니어도 하나님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로 바뀐 부분은 이런저런 것을 가지고 구하기보다 그냥 하나님 앞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만족하는 기도를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끄집어내야한다는 압박감이 사라졌다. 하나님과 함께 머물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그렇다고 멍 하니 있는 것과는 또 다르다. 내 마음이 하나님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로 많은 시간 기도하는 것이 겨우겨우 하는 것이 아닌 너무 수월한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네 번째 바뀐 부분과 관련이 깊다. 하나님 앞에 머물고 있는 시간이 평안하고 행복하다 보니 그러고 있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쑥쑥 지나간다. 새벽기도 갔다 오고 아침 식사를 한 후 기도한다고 앉아있다 보면 어느새 오전 시간이 다 지나가는 식이다.
가면 갈수록 뭔가 많은 일을 해내는 것보다 하나님 앞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래서 이전에 빠지지 않고 나가던 모임이나 회의도 이제는 선별해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곳에만 참여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편인데 그 역시도 조절을 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상대방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크리스찬 뷰/안희환목사(기독교 싱크탱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