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갈5:22-23)”
1. 열매는 초자연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첫 번째 진리는, 성령의 열매는 그 기원이 초자연적이라는 것이다… 성령께서 이 열매들을 맺게 하시는 장본이시다. 이 열매들은 성령께서 충만케 하시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그분께서 자라게 하시고 거두시는 수확이다.
이 사실은 본문에서 ‘성령의 열매’가 ‘육체의 일’과 의도적으로 대조를 이루는 것에서 더 분명해진다… ‘육체의 일’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자원에만 의지해서 자연적으로 행하는 일들을 가리킨다면, ‘성령의 열매’는 우리가 성령께 반응할 때 그분이 우리 안에서 초자연적으로 – 왜냐하면 우리의 자연적인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에 – 만들어 내시는 특질들로 이루어진다.
만일 우리가 자신의 힘만 의지한다면 우리에게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결과는 ‘음행과 더러운 것과 호색과 술취함과 방탕함’ 따위들이다 (갈5:19,21). 반면에 성령의 초자연적인 열매는 그와 정반대의 것들로서 ‘충성과 온유와 절제’ 등이다. 우리가 자신의 힘만 의지한다면 우리는 하나님을 반역하고 ‘우상 숭배와 술수’에 빠지고 말 것이다 (20절). 그러나 성령은 우리를 ‘사랑과 희락과 화평’으로 인도하신다. 그리고 육체의 일은 ‘원수를 맺는 것과 분쟁과 시기와 분냄과 당 짓는 것과 분리함’인 반면, 이와 반대되는 성령의 열매는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이다.
타고난 본성에 따른 우리의 모든 관계는 뒤틀려져 있다.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우상으로 돌이킨 자들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사이가 뒤틀려져서 불화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는 자신을 절제하며 살기보다는 탐닉에 빠져 살아간다.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또 자신을 확실하게 절제하며 사는 것,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의 초자연적인 역사로서 바로 ‘성령의 열매’이다.
참으로 그리스도인들의 특질들의 총화인 이 열매들은 성령의 충만한 내주하심의 가장 훌륭한 증거이다. 왜냐하면 이 증거는 확실하게 객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안에서 하나님의 영이 깊이 역사하시는 진정한 증거는 감정적인 경험이나 굉장한 표적이 아니라 도덕적인 것으로서 그리스도를 닮은 인격적 특질들이다. 굉장한 경험을 자랑하지만 사랑, 희락, 화평, 자비, 절제 등이 결여된 그리스도인이 있다고 하자. 나는 우리 모두가 그의 주장에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 있음을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 자신의 경험이나 은사가 무엇이든지간에 그 품성을 통해 주 예수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는 다른 그리스도인이 있다고 하자. 우리 모두는 분명히 그 사람과 함께 있기를 더 원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서 하나님의 은혜의 증거와 성령이 거하시는 전을 보기 때문이다.”
2. 초자연적 기원을 가졌으나, 자연적인 방법을 통하여 성장한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인의 품성을 ‘성령의 열매’라고 부름으로써, 그것의 초자연적인 기원 뿐만 아니라 자연적인 성장 역시 가르치고 있다. 이 두 진리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거룩한 삶이 성령의 산물이라는 사실 때문에 사람들은 그러한 삶에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역할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성령이 그러한 삶을 그분의 ‘열매’로 생산하신다는 사실은, 동시에 그러한 성장을 위해 어떤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며, 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갈라디아서 5장에서는 바울이 ‘열매’에 대해 썼다면, 6장에서는 모든 열매의 수확을 궁극적으로 결정하게 될 ‘심는 일’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의 말을 인용해보자.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만홀히 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진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 (갈6:7-8).
근본적인 원리는 다음의 말씀에 나타나 있다.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모든 행위에서 사용하시는 확고한 원리이자, 하나님의 일관성을 알려주시는 법칙으로서 물질적인 영역 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영역, 자연과 인간의 품성 등에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언제나, 어떤 예외도 없이 우리는 우리가 심는 것을 거둔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이 신실하심으로 인해 우리는 무엇을 심을 것인지를 결정함으로써 우리가 무엇을 거두게 될 것인지를 미리 결정하게 된다. 만일 귀리를 추수하기 원하는 농부라면 귀리를 심어야 할 것이다… 만일 성령이 우리의 삶에 좋은 열매를 맺으시게 하려면, 우리는 좋은 씨를 심어야 할 것이다…
사도가 ‘심는 것’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우리의 생각과 습관, 생활 방식, 삶의 방향과 삶의 훈련 등으로 구성된 전체적인 삶의 패턴이다… 즉 우리 삶의 전체적인 흐름 및 그보다는 작지만 매일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무수한 사항들에 관해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런 것들을 선택하는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언제나 계속 심고 심고 또 심고 있는 것이다… 바울은 서신서에서 여러 다양한 비유를 사용하여 이 주제를 설명한다. 어떤 곳에서는 옷으로 설명하고 (우리가 벗는 것과 입는 것), 어떤 곳에서는 운동 선수의 분투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어떤 것은 피하고 어떤 것은 얻기 위해 좇아가는 것). 어떤 곳에서는 삶과 죽음의 문제로 설명하고 (우리의 죄악된 욕망과 정욕을 십자가에 못박아 죽여야 하고, 그 대신 성령의 인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아야 하는 것), 어떤 곳에서는 빚을 갚는 일로 설명한다 (우리는 육신이 아닌 성령에 빚진 자라는 것). 이 모든 비유들이 그리스도인이 맺어야 할 열매로서 성화와 관련하여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제대로 된 수확을 거두기 원한다면… 제대로 씨를 뿌려야 한다는 것이다.
… 육체를 위해 심으면 ‘썩어질 것’을 거두게 된다고 사도는 말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성령을 위해 심으면 ‘영생’을 거두게 된다… 따라서 이생에서 우리의 도덕적 품성은 물론, 내생에서 우리의 궁극적인 운명까지도 지금 우리가 무엇을 심는지에 달려 있다.”
3. 열매를 맺는 데는 점진적인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사도가 사용하는 이 ‘열매’의 비유에서 배워야 할 세 번째 교훈은… 하나님이 무르익게 하시는 과정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곡식에 대한 한 비유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그 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이라’ (막4:28)…
… 이러한 강조는 우리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죄악된 삶을 살도록 조장하거나, 게으름을 권장하거나, 우리의 기대치를 낮추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하나님의 사역이 이루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우리는 열매 맺는 일에서 더 적극적으로 성령과 협력하게 되고, 좋은 결실을 수확하기 위해 심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고, 공적이고 개인적인 경건의 삶의 습관을 위해 자신을 더 훈련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할 때 하나님이 은혜의 수단들을 통해 우리는 은혜 안에서 자라고 성령의 열매가 우리 안에 풍성히 무르익게 될 것이다.”
적용
“우리는 성령의 열매들에 대한 세 가지 진리를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그 각각의 진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은 그 기원이 초자연적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겸손과 믿음이 모두 필요하다. 다시 말해 우리 스스로는 ‘육체’의 토양에서 이러한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겸손 및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우리 안에 이 성령의 열매를 자라게 하실 수 있으심을 믿는 믿음이 둘 다 필요하다…
둘째, 그리스도를 닮는 열매를 맺기 위해 우리 측면에서는 결실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오직 심은 것만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지런히 심어야 하며, 생각하는 것, 사는 것 둘 다를 위한 훈련된 습관을 개발해야 한다… 우리가 뿌리는 씨를 관리할 때 성령께서 열매를 책임지신다.
셋째, 그리스도를 닮는 열매를 맺는 것은 그 과정이 점진적이기 때문에, 그 열매를 맺기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이 인내를 ‘조급한 인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인내는 자기 만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살펴본 것처럼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후에는 ‘주님을 기다리며’ 열매가 익을 것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분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면 마침내 추수할 때가 오고, 이생에서는 잘 익은 그리스도인의 성품을, 내생에서는 그리스도를 온전히 닮은 모습을 거두게 될 것이다.”
출처: 존 스토트, 『성령 세례와 충만』 (서울: IVF, 2002), p. 93-106.
<장기영 교수님의 펫북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