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설명. 낮은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 사람은 결코 위대해질 수 없다. - 프란시스 드 살레
한글본문.
사도행전 7:54-60
54그들이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찔려 그를 향하여 이를 갈거늘 55스데반이 성령 충만하여 하늘을 우러러 주목하여 하나님의 영광과 및 예수께서 하나님 우편에 서신 것을 보고 56말하되 보라 하늘이 열리고 인자가 하나님 우편에 서신 것을 보노라 한대 57그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고 일제히 그에게 달려들어 58성 밖으로 내치고 돌로 칠새 증인들이 옷을 벗어 사울이라 하는 청년의 발 앞에 두니라 59그들이 돌로 스데반을 치니 스데반이 부르짖어 이르되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하고 60무릎을 꿇고 크게 불러 이르되 주여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이 말을 하고 자니라
영어본문.
54 When they heard this, they were furious and gnashed their teeth at him. 55 But Stephen, full of the Holy Spirit, looked up to heaven and saw the glory of God, and Jesus standing at the right hand of God. 56 “Look,” he said, “I see heaven open and the Son of Man standing at the right hand of God.” 57 At this they covered their ears and, yelling at the top of their voices, they all rushed at him, 58 dragged him out of the city and began to stone him. Meanwhile, the witnesses laid their clothes at the feet of a young man named Saul. 59 While they were stoning him, Stephen prayed, “Lord Jesus, receive my spirit.” 60 Then he fell on his knees and cried out, “Lord, do not hold this sin against them.” When he had said this, he fell asleep.
Meditation. 먹, 나를 갈아서
스륵스륵. 벼루 위에 먹을 수직으로 세우고 일정한 힘을 주어 갈다 보면 우리의 정신 또한 곧추서는 것을 경험하곤 합니다. 먹의 존재 전 모습은 소나무입니다. 소나무를 태워 그을음을 만들고, 그 그을음을 아교로 뭉쳐서 먹을 만듭니다. 자신을 죽이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물건이 바로 먹입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 어렵게 만들어진 먹이 벼루 위에서 몸뚱이가 갈려 사라지는 과정은 참 허망해 보입니다.
먹은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갈아서 다른 이들이 쓸 수 있도록 내어주고자 존재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필연적으로 ‘생김과 사라짐의 과정’ 속에 놓여 있는 인생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배울 수 있습니다.
스데반의 마지막 모습은 벼루 위에서 갈려 사라지는 먹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베드로가 주님에 대해 증거할 때는 많은 사람이 회심하고 돌아왔지만, 스데반의 경우엔 정반대였습니다. 전무후무한 명설교 후에 돌아온 건 사람들의 분노어린 돌팔매질이었습니다. 돌에 맞아 죽은 스데반. 쉬 만들어지지 않는 탁월한 복음의 일꾼임에도 그의 마지막은 참 허망해 보입니다. 스데반 집사는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스데반의 사라짐은 영원한 무(無)가 아닙니다. 소임을 다했을 때, 그는 생명의 씨앗을 낳았고 사명은 이어졌습니다. 7장 마지막 절에 이어 8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울은 그가 죽임 당함을 마땅히 여기더라”(행 8:1). 사울은 목격자입니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두 눈에 주님의 빛으로 말미암은 비늘 같은 것이 씌우고 벗겨지는 과정을 통해 제2의 스데반이 태어납니다. 스데반의 죽음을 마땅히 여기던 사울은 스데반의 고난을 마땅히 이어받는 사람이 됩니다.
스륵스륵. 내 인생이 갈릴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공들인 내 역할이 갈려서 사라지는 것뿐인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닙니다. 동양의 수묵화는 평면이 아닙니다. 입체입니다. 그림에 향기가 어우러지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묵향(墨香)이라고 합니다. 묵향은 오로지 갈려서 화선지 위에 뿌려진 먹물에 의해서만 납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은은히 화선지 위로 피어오르는 묵향, 그 영광이 먹에게 있습니다. 갈려서 화선지 위에 향으로 남는 인생, 그 아니 멋지겠습니까.
기도
“하나님, 그저 갈려서 사라지는 먹과 같은 역할이라 할지라도, 묵향으로 승화하는 과정임을 알고 묵묵히 감당하는 영성을 주옵소서.”
<young2080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