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과 역사의식
‘하나님의 뜻’이라 할 때,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그리고 권위자들에게 그 권세를 위임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인간이 죄를 고집한 선택과 결과를 두고, 그것을 하나님께서 ‘내어버려 두셨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두고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뜻’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저희를 마음의 정욕대로 더러움에 내어 버려두사”(롬 1:24).
사람이 죄를 선택하고 그것을 고집하여 돌이키지 않고자 하면, 하나님께서는 그대로 두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그것은 결단코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어떤 사람이 불 속에 뛰어든다. 당신은 극구 말리려 했지만, 결국 그가 뛰어 들었다. 그것이 당신의 뜻이었는가?
어떤 사람이 와서 당신의 이웃집을 강탈하려고 했다. 당신이 저항하고 말렸지만, 그 악한 사람은 그대로 악행을 저질렀다. 그것이 당신의 뜻이었는가?
그래서 모든 것이 다 하나님 뜻이었다는 식으로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모든 것이 다 팔자’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나님은 ‘팔자’가 아니다.
‘팔자’같은 개념으로 인간의 선택과 역사를 설명하는 사람에게, 역사의식이나 책임의식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든지, 장차 오는 세상에서든지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은 인격이시다. 그분은 우리를 인격으로 지으셨다. 인격은 책임지는 존재이다.
하나님은 사람을 자기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드시고, 권한을 위임하시며, 그 인생과 역사 앞에서 책임 있는 존재가 되게 하셨다.
그러므로 위임 받은 권세에 대한 책임과 심판에 대한 언급 없이, 모든 것을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식으로 덮어버릴 수 없다.
그것은 종종, 자신의 또 다른 죄악 된 선택을 정당화하려는 숨은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